Yellow Yesterday - 역사의 시간 - 15장. Alpha. 끝의 시작
| 21.01.06 12:00 | 조회수: 1,057


아침은 오기 마련이었다.

잔혹한 밤이 지나고, 그 다음날 역시 고통스러울 지라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혼돈과 조화의 섭리이자 트리에스테 대륙의 순리였다.

헬리시타에도 그렇게 아침이 찾아 왔다.

싸움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피곤한 눈은 앞으로 튀어나오다 못해, 뒤로 쑥 빠질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싸웠다. 음식을 할 줄 아는 여인네들은 깨끗한 물과 음식을 찾아 식사를 준비하고 부지런히 날랐다. 아이들은 화살과 표창을 날랐다.

삶이라는 것 앞에서 사람이란 원래 그렇게 변하는 것인지, 아옹다옹하던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다.

정오가 되기 전, 비나엘르 파라이는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오오! 비나엘르 파라이님!”

“트리에스테의 여신이시여!”

사람들은 그에게 삶을 갈구했다. 기적을 보여주길 바랬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루앙 광장까지를 방어선으로 정하고 결계를 쳤다.

루앙 광장의 둘레는 돌 벽으로 채워졌고 이계의 생명체들과 오염체들은 차츰 사라져갔다.

“아아!”

안도하는 순간, 사람들은 제대로 환호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쉬기 시작했다.

회오리가 휩쓴 도시는 이제야 평온을 찾은 듯 고요해졌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클로비스에게 잘 해주고 싶었다.

클로비스는 리엘의 아들이었고, 비나엘르 파라이는 리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러나 클로비스의 등장은 적절치 않았다.

그는 좀 더 자신의 목숨을 신중히 여겨야 했다.

어차피 디에네 비노쉬는 슈마트라 초이의 여자였다. 클로비스가 목숨을 건다고 해서 칭찬을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끝의 의식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비나엘르 파라이에게는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디에네 비노쉬의 시신만을 인카르 신전으로 깨끗이 옮겨오라고 지시했다.

클로비스와 달리 디에네 비노쉬의 죽음은 성대한 장례식으로 끝나야 했다.

디에네 비노쉬는 사죄의식에서 제일 잘 알려진 피해자였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그런 디에네 비노쉬의 장례식을 통해서 아이리스 비노쉬의 마음도 돌리고 사람들의 분노와 절망도 잠재울 생각이었다. 장례식은 모두가 함께 울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분노, 고통을 솎아낼 기회였다.

인간은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에 울분을 씻고, 살아갈 힘을 내게 될 것이었다.

‘살아가려는 힘, 그것으로 데카론은 탄생된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서둘러 디에네 비노쉬의 장례식을 준비했다.

12일이 지났다.

비나엘르 파라이의 계획대로 디에네 비노쉬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금과 은을 박아 화려하게 장식한 석관이 루앙 광장을 돌아 사죄의식이 행해졌던 단상 위로 올라왔는데, 시체는 벌써 부패해 디에네 비노쉬의 얼굴은 검게 썩어 있었다.

바나엘르 파라이는 준비한 화로에 불을 지피도록 지시했다.

향나무의 연기가 단상을 은은하게 감쌌다.

사람들은 디에네 비노쉬의 흉측한 모습과 향나무의 향에 이끌려 단상 가까이 왔다.

그들은 단상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 보았다.

가리온은 제일 앞에 있었다. 그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쏙 들어간 양 볼이 누가 보더라도 슬프고 안쓰러웠다.

가리온은 슈마트라 초이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을 거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여 왔지만 디에네 비노쉬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가리온 옆에는 비나엘르 파라이가 앉았다. 비나엘르 파라이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그 옆에는 아이리스 비노쉬가, 그리고 그 옆에는 네디앙 비노쉬가 앉았다.

종이 열 두 번 울리자 비나엘르 파라이가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단상에 올라섰다.

얼마 남지 않은 헬리시타의 사람들과 제노아의 기사들, 그리고 세지타족이 보였다.

세지타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듯 했다.

“듀스 마블은 12일 전, 여기 이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비나엘르 파라이의 말에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헬리시타의 악몽은 사죄의식이 벌어지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듀스 마블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의 마음을 조종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트리에스테 대륙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카론은, 재생하는 대륙을 노리고 인카르 교단의 조디악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었습니다. 사죄의식을 통해 인카르의 영웅들을 하나씩 제거하려 했습니다. 슈마트라 초이와 디에네 비노쉬가 그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리스 비노쉬는 허리를 더 뻣뻣하게 세우고 비나엘르 파라이를 노려보았다.

듀스 마블은 카론에게 유혹을 받아 사죄의식을 거행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리스 비노쉬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듀스 마블이 그랜드 폴의 기억을 얼마나 끔찍하게 싫어했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러나 사람들은 비나엘르 파라이의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카론은 조디악에게 손을 뻗었고, 지금 여기의 디에네 비노쉬에게 죽음을 주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곧 여러분들에게도 닥칠 것입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설마했던 제 2의 그랜드 폴이, 트리에스테 대륙의 멸망이 아주 가까이에 와버린 느낌이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디에네 비노쉬를 통해 카론에 대한 적대감을 확실하게 끌어냈다.

이제 모두가 디에네 비노쉬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살고자 발버둥칠 것이었다.

정말로 루앙 광장의 사람들은 디에네 비노쉬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통곡의 소리가 울려 나왔다.

“이제 카론을 막기 위해 인카르는 움직일 것입니다. 더 이상 소극적인 모습으로 성벽만을 쌓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트리에스테 대륙을 지키는 전사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디에네 비노쉬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인지, 비나엘르 파라이의 목표가 한 걸음 가까워지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전사들은, 우리 모두는 데카론이 될 것입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카론에 대항하라!”

멍하니 앉아 있는 가리온 뒤에서 박수와 함성이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다시 종이 한 번 울리자, 비나엘르 파라이는 향나무를 두었던 화로로 다가가 횃불을 들어올렸다.

에바는 아이리스 비노쉬의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장 더러운 것을 씹은 듯한 그 표정.

“나도 당신을 경멸해.”

에바는 아이리스 비노쉬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며 디에네 비노쉬가 있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디에네 비노쉬는 없었다.

화살을 등에 꽂힌 클로비스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에바는 디에네 비노쉬가 어디로 옮겨졌을지 알 수 있었다.

아이리스 비노쉬였다.

“…….”

에바는 클로비스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었다.

클로비스가 왜 헬리시타까지 와서 디에네 비노쉬를 구하려고 했는지, 왜 같이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지금 이 순간에 지난 과거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화장을 하겠지…….”

화장은 세지타족의 장례법이었다.

에바는 디에네 비노쉬를 떠올리며 마른 가지를 찾았다.

밤새 내린 비 덕분에 어렵게 찾은 가지를 루앙 광장 곳곳에 남아 있던 화톳불에 쑤셨다.

작은 불씨가 옮겨 붙었다.

에바는 불 붙은 가지를 클로비스 옆에 놓았다.

불은 천천히 클로비스에게로 옮겨 탔다.

“같은 곳으로 가게 될 거야…….”

에바는 클로비스의 몸이 타는 것을 지켜 볼 수가 없었다. 자꾸만 클로비스와 디에네 비노쉬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 엄마를 찾으러 가야겠어….”

에바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루앙 근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바의 눈이 연기를 타고 하늘로 향했다

사람들 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이 보였다.

코를 시큰하게 만드는 연기의 향이 디에네 비노쉬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역겨운 것이 올라올 것 같았다.

헛구역질을 몇 번 한 에바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 들어 앞으로 나왔다.

디에네 비노쉬의 모습이 불에 타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별다른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정말로 그럴 것 같았다.

다시는 보지 말자던 아이리스 비노쉬 따위도 새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앞에 누가 있었다.

에바는 뒷걸음질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관계가 명확해졌다.

에바는 자신이 얼마나 축복 받지 못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너무도 더럽게 생각되었다.

가리온 초이는 슈마트라 초이의 아들이었다.

슈마트라 초이는 디에네 비노쉬와 결혼했다.

디에네 비노쉬는. 자신을 낳았다.

에바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가리온의 얼굴을 찾았다.

에바는 가리온의 얼굴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얼굴까지 보지 못한다는 것은 제일 큰 비극이 될 것 같았다.

에바는 디에네 비노쉬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디에네 비노쉬의 마지막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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