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Yesterday - 역사의 시간 - 6장. Misery. 헬리시타의 불행
| 21.01.06 12:00 | 조회수: 1,007


멋진 미소가 어둡게 일그러졌다. 그것은 노련한 사냥꾼이 사냥감을 얻은 뒤 짓는 쾌감의 표정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 여기 있군.”

룸바르트는 헤이치 페드론에게 눈물을 뿌려주듯이,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슬슬 흘려 내렸다. 주위의 검은 공기와 다르게 너무도 순수하고 맑아 보이는 그 가루는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페니키는 재미있는 도시죠.”

“페니키?”

“동쪽에 뚝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페니키라는 도시는 마치 다른 세계 같아요. 뭐랄까. 작고 반짝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옷을 많이 사오죠. 대체로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거든요. 카시미르 산맥과 요정의 호수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만드는 옷감은 확실히 헬리시타의 유행 나부랭이들과는 전혀 멋이 틀리죠.”

헤이치 페드론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 가루는 옷에서 뽑아냈다는 건가?”

룸바르트는 깔깔대며 웃었다.

“아하하하. 소설 쓰셔도 되겠어요! 옷에서 뽑아낸다니!”

룸바르트는 웃음을 뚝 멈추고 아이언 테라클을 손짓했다.

“아이언 테라클에게 소환술을 걸고도 제가 이렇게 멀쩡히 웃을 수 있는 방법은.”

사스콰치는 상체를 일으키고 두꺼운 손으로 땅을 쿵쿵 두드리고 있었다. 루앙 광장으로 불러 낸 사스콰치는 그림자를 점점 늘려 빠져 나와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위세를 과시했다.

헤이치 페드론은 정지한 채로 룸바르트에게만 집중했다.

“무엇인가?”

“요정의 가루.”

“요정?”

“요정의 호수가 있는 곳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요정의 가루라 하죠. 정말 요정들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페니키…. 요정의 호수…….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알았지? 룸바르트! 확실한 건가?”

룸바르트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 은밀한 모임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려 했다.

크릉.

룸바르트는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뭐지?”

눈을 돌린 룸바르트와 헤이치 페드론은 그제서야 현실을 다시 직시하게 되었다.

크릉. 크릉.

작은 단상을 감싸 안았던 바람은 이제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하늘과 땅을 잇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사스콰치가 포효하며 사람들을 에워싸듯 희망도 에워 가두어버렸다.

헬리시타의 하늘로 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밤이 되었지만 헬리시타는 여전히 잿빛 구름이 회백색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덕분에 대지 위의 사물들은 또렷이 보였고, 두 개의 달은 희미하게 보였다.

검고 짙은 회오리는 단상을 삼키고 하늘까지 닿아 올랐다. 헬리시타를 내려보았던 회색 구름들이 회오리와 맞닿아 점점 더 세력을 넓혀 갔다.

잔바크 그레이는 서둘러 쓰러진 아이언 테라클을 부축해 일어섰다.

“기사들을 모아! 어쩐지 심상치 않아!”

“예!”

잔바크 그레이는 칸과 파그노를 불러 제노아 군을 모을 것을 부탁했다. 갑자기 나타난 사스콰치 때문에 조디악들을 일망타진할 기회는 잃었지만, 대신 루앙 광장을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조디악을 도망치게 만든 하늘까지 오른 잿빛 기둥은 잔바크 그레이가 보기에도 몹시 불길했다.

제노아군은 재빨리 광장 중앙으로 모였다. 그 사이로 헬리시타의 주민들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잔바크 그레이는 당장 루앙을 벗어날 것을 명령했다.

“자! 서둘러!”

“예!”

제노아군은 재빨리 움직이려 했지만, 깨어난 헬리시타의 주민들은 지금의 상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제노아군의 모습에 당황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불덩이에 맞아 깨어나지도 못하고 마비된 채로 죽어버린 가족을 보며 통곡을 하는 여인네들이 수두룩했고, 아이들은 여인들을 따라 울음을 터트렸다.

“여보! 일어나요! 으흐흐흑”

“엄마아! 으아아앙.”

남자들 몇몇은 몸으로 직접 부딪히기도 했다.

“당신들 누구야?”

“저 휘장은 제노아 표시 아니야?”

“제노아?”

“기사들?”

사람들의 눈에 제노아군의 창과 검이 또렷이 들어왔다.

“우리를 죽이려고?”

“뭐야!”

“우리가 그냥 당할 줄 알아?”

“듀스 마블님이 가만히 안 계실 거다!”

“조디악이 마법을 쓰실 거야!”

잔바크 그레이와 제노아군은 아무 힘도 없는 그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았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잿빛 회오리는 점점 거세져 가고 있었다. 단상 뒤의 인카르 신전도 조금씩 회오리 속으로 먹혀 들어갔다.

“저리 비키시오!”

“물러나시오!”

“뭐야! 당신들 대체 뭔데!”

“비켜!”

“비키라니까! 저거 안보여?”

“저거? 저, 저게 뭐야.”

회오리를 본 모두가 놀랐다.

땅과 하늘이 잿빛 기둥으로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 외쳤다.

“그, 그랜드 폴! 그랜드 폴이! 그랜드 폴이야!”

“그랜드 폴이야!”

“그랜드 폴이래!”

“그랜드 폴!”

모두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망쳐!”

“저리가!”

“저리 비켜!”

검은 회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휩싸이기 전에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먼저 부딪히고, 쓰러졌다. 제노아에서 온 기사들과 헬리시타 사람들의 누추한 옷차림은 서로 달랐지만 이제 누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자기보다 소중한 목숨은 없었다.

루앙 광장 한 가운데에 차디 찬 대리석의 인카르 신전과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뒤로한 채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쳤다.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제노아의 기사들과 헬리시타의 주민들, 그리고 조디악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세력을 넓혀 가는 검은 회오리를 올려다보았다.

모두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도대체 왜 더 안가는 거요? 저기 뒤의 검은 연기가 안 보이시오?”

“밀쳐 내! 어서 가자구!”

루앙 광장의 대혼란을 피해 겨우 헬리시타의 외곽에 도착한 사람들은 사람물결에 밀려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연기가 기름이 종이를 먹듯 번지고 있었기에 겁을 먹고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들은 어깨 싸움을 하며 서로 파도를 쳤다.

“좀 앞으로 가요! 도망 안쳐요? 여기서 다 생매장 시킬 셈이오?”

“갈 수가…… 갈 수가…….”

“앞에 벽이라도 있어? 왜 막고 있는 거야?”

간신히 틈을 구해 앞으로 앞으로 나섰던 사람들이 뒷걸음질 쳤다.

“뭐야? 저게 뭐야?”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느라 흘린 땀은 식은땀으로 성질이 변했다. 맨 앞에 선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일렬로 줄을 만들고 뒤에서 튀어나오려는 사람들을 온 힘을 주어 막았다.

다시 뒤로 돌아가려던 어떤 사람은 밀려오는 인파에 끌려들어가 먼지 속에 짓밟혔다. 또 어떤 사람은 뒤를 보며 앞 뒤로 다가오는 위험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고 어떤 사람은 인카르 교단의 최고 신 헬리온의 이름을 악을 쓰고 부르며 울부짖었다.

트리에스테 대륙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헬리시타는 먹구름처럼 검게 변해갔다.

“제길! 우릴 구해준다던 청기사들은 다 어디 간 거야?”

절망하는 헬리시타를 향해 이계의 생명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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