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 두 번째의 힘 - 6장. Envoy. 인카르의 전령
| 20.12.23 12:00 | 조회수: 1,019


시에나는 멍하니 터벅터벅 걸었다. 뒤쪽에서 무언가 웅성거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시에나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시에나는 그저 벽에 새겨진 글자의 홈에 따라 규칙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벽면 전체에 쓰여진 글귀들은 마치 숨을 쉬고 내뱉는 리듬처럼 시에나의 순수한 영혼을 좀먹어 들었다. 시에나는 카론을 숭배한 이교도들의 믿음과 신앙으로 잔뜩 칠해진 사악한 주술을 어둠과 공포라는 무의식에 집어 넣을 뿐이었다.

“아!”

무의식보다도 끈질긴 본능에 의해서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시에나는 하얗고 여린 자신의 몸에 감당해낼 수 없는 어두운 것들이 쑤셔 박아지고 있음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시에나가 끌어올려진 곳은 헬리시타의 인카르 신전이었다.

“시에나!”

듀스 마블은 소리쳤고, 헤이치는 공중에서 쓰러지는 시에나를 받았다. 헤이치는 시에나를 의자에 앉히려고 했지만 중심을 잃어버린 시에나는 축 늘어져 자꾸만 의자에서 떨어졌다. 헤이치는 별 수 없이 시에나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탈은 지직 거리더니 황색빛이 팍 꺼져버렸고, 요쉬마도 동시에 픽 쓰러져 버렸다.

“요쉬마!”

헤이치는 매우 놀랐다. 저렇게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는 가축들에게만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요쉬마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 난, 괜…… 찮아.”

요쉬마는 상기된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었다. 입가가 살짝 올라간 모양이 그가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우선 옮겨야겠네!”

듀스 마블은 헤이치의 주의를 다시 시에나에게 돌리도록 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려 보이는 시에나의 얼굴은 핏빛이라고는 전혀 감돌지 않았고, 맥박 소리도 희미하게 느껴졌다. 헤이치는 요쉬마가 매우 걱정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시에나를 들쳐 업고 지하 계단을 올랐다.

“요쉬마, 조금만 기다리게! 내가 곧 돌아오겠네!”

요쉬마가 헤이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숨어있던 생쥐가 먹이감을 찾아 돌아다니는 소리만이 텅 빈 지하에 크게 반사되어 공허하게 울렸다.

듀스 마블은 시녀들을 시켜 시에나의 누더기처럼 기운 옷들을 갈아 입혀주도록 했다.

“세상에! 시에나님!”

“어디서 이렇게!”

시녀들은 시에나의 축 처진 모습에 너무 놀라 수선을 떨며 돌아다녔다.

듀스 마블은 헤이치의 옆에 앉아 시에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움푹한 눈자위의 검은 자국들은 노라크 동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매우 궁금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듀스 마블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헬리시타의 명의로 알려진 헤이치는 조용히 시에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동이 틀 무렵 시에나는 드디어 눈을 떴다.

인카르의 12주신이 그려진 천장, 반들하게 빛나는 대리석 바닥, 깊은 푸른색 커튼과 푹신한 침대가 시에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시에나는 침대 속으로 몸을 더 맡기며 익숙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휴우.”

마른 입술에서 수분 없는 숨소리가 파란 실크 담요를 간질거렸다.

시에나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팔을 움직였다. 건조한 얇은 손에 뻣뻣한 머리칼이 먼저 닿았다. 시에나의 큰 눈이 아래로 향하자, 잠들어 있는 헤이치가 보였다.

“시에나!”

시에나의 인기척을 느낀 듀스 마블은 푸른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밤새 생각에 젖어 있던 듀스 마블은 시에나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메마른 커다란 눈동자가 듀스 마블을 응시했다.

“네가 노라크 동굴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너무도 궁금하다만.”

듀스 마블은 헤이치 옆에 있던 접시와 숟가락을 들어 시에나에게 미음을 떠주었다. 시에나는 말없이 듀스 마블이 떠주는 미음을 삼켰다.

“아직은 네가 쉴 때가 아니다.”

듀스 마블은 미음을 한 번 더 떠주었다.

“정오가 되면 자덴으로 떠나거라.”

시에나는 턱을 더 올려 퀭한 눈으로 듀스 마블을 바라보았다.

듀스 마블의 얼굴에서 어느새 미소는 사라져 있었고, 눈빛은 엄숙해져 있었다. 시에나가 보육원 문을 나설 때 보았던 바로 그 눈빛이었다.

자덴의 밤하늘은 규칙적으로 둥둥 울리고 있었다. 바기족들이 나무를 땅에 찍어 쿵쿵 울리는 소리였다. 궁사들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전이었다.

캄비라 바투는 쉽게 자덴을 함락할 수 있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둠이 다가오자 바기족의 승부수 황금의 빛은 차차 약해졌다. 반면 궁사들은 점점 전력을 되찾고 있었다. 결국 바기족은 후퇴하는 수 밖에 없었고 자덴 성 앞의 광활한 대지에 진영을 세웠다.

시에나는 아이리스 비노쉬와 함께 바기족의 진영을 바라보았다. 시에나가 탄 말은 절벽이 겁나는지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워, 워.”

시에나는 말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별 소용은 없는 듯 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시에나는 그리폰이 몹시 그리워졌다.

“이런 어린 애를 보내다니.”

의연하게 말을 타고 있는 아이리스 비노쉬는 심기가 불편한 듯 내내 빈정거렸다.

“듀스 마블님은 다른 처리할 일들이 있으셔서 저를 대신 보내신 겁니다.”

“그으래? 흥, 슈마트라 초이를 없애려고 그런 거겠지.”

“예?”

아이리스 비노쉬는 바기족 진영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래, 듀스 마블은 뭐라며 너를 보내더냐?”

“예. 진심으로 궁사계가 자덴을 안정시키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은 잘도 하는군.”

“바기족이 불법으로 얻은 황금을 회수하기를 바란다고도 하셨습니다.”

“바기족 녀석들의 진영이 보이니? 저기 빛나는 거 말이야.”

“네. 별빛보다도 더 빛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 저 빛이 바로 저들의 새로운 무기지. 자덴의 황금. 바기족을 이기려면 저 황금을 되찾아야 해.”

아이리스 비노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둥둥거리는 진동이 그들이 서 있는 절벽까지도 울려왔다. 말들은 놀라서 앞발을 굴렀다. 서둘러 말을 진정시킨 아이리스는 심한 두통이 오는지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시에나도 멀미를 일으킬 것 같은데 감각이 예민한 궁사들은 더 하리라.

“저들은 매일 밤, 자기들을 방어하기 위해, 저렇게 땅을 치고 있지. 정말 대단한 체력들이야.”

아이리스 비노쉬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삐를 끌어 당겼다.

“어서 가자. 이런 밤에는 잠들기조차 힘들겠지만 그래도 잠은 자야지. 내일은 저 역겨운 바기족을 만나야 하니까.”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일행은 자덴의 중앙 성문 안으로 도착했다. 아이언 테라클이 발견한 광산 덕에 성장한 자덴의 중앙 성은 조그마한 창들이 띄엄띄엄 나 있는 제노아와 비슷한 형태의 성이었다. 하지만 인카르 신전이나 제노아 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한 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크기만 엄청날 뿐, 실상 그 안은 마른 흙으로 덧발라진 모래성에 불과했다. 자덴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황량한 황금 같은 도시였다.

그리고 멀리 그 황금을 온 몸에 두른, 살고자 몸부림치는 바기족이 새벽이 지나도록 땅을 울리고 있었다.

다음날 자덴 성에서는 바기족 진영으로 파발병을 내보냈다. 파발병이 전해야 할 내용은 헬리시타의 인카르 신전으로부터 전령이 왔다는 것이었다. 아이리스 비노쉬와 시에나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 파발병을 보내었다.

그렇지만 거대한 바기족 전사들은 파발병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 화살에 매달았다. 캄비라 바투는 그것을 그대로 자덴 성을 향해 쏘아 보냈다. 바기족들은 야유를 보내며 아우성쳤다.

바기족 전사들은 사실, 모두 지쳐 있었다. 캄비라 바투의 황금전투는 성공한 듯 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자덴 성은 허물어지지 않을 요새 같아 보였고, 땅의 지열은 군사들의 갈증을 데웠다. 바기족이 준비한 악취제도 슬슬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캄비라 바투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질질 끌어가는 것은 바기족에게만 불리한 일이었다. 때문에 전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본보기로 잔혹하게 파발병의 머리를 베어버린 것이었다.

“아직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드디어 인카르에서도 우리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캄비라 바투는 전갈을 읽고 인카르에서 온 전령을 만나보기로 하였다.

“좋은 자극이 될 거야. 인카르의 전령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파발병의 머리는 자덴의 높은 성벽에 튀어나가 그대로 문 앞에 툭 떨어졌다. 궁사들은 병사의 처참한 모습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아이리스 비노쉬님.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뭐지?”

아이리스 비노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기족이 파발병의 머리를 잘라 보냈습니다.”

“뭐?”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쾌감이 아이리스 비노쉬를 감쌌다. 아이리스 비노쉬가 들고 있던 스푼이 접시에 부딪히면서 챙하는 소리가 울렸다.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 거지?”

함께 식사를 하던 시에나는 할 말이 없었다.

“시에나.”

아이리스 비노쉬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난 이미 인카르 쪽의 편의를 봐줄 만큼 봐주었다고 생각해.”

시에나는 들고 있던 스푼을 내려 놓았다.

“시에나. 난 더 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아. 파발이 머리와 함께 되돌아 왔다는 이야기는 없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파발은 확실히 저들에게 전달된 거 같고. 이제 남은 일은 모두 네 몫이야. 궁사계는 여기까지만 하겠어.”

아이리스 비노쉬는 시에나를 강하게 바라보았다. 시에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자리에서 일어 난 시에나는 무릎에 덮어 두었던 하얀 수건을 의자에 올려놓고, 아이리스 비노쉬는 보지도 않고 방에서 나갔다. 시에나의 길고 검은 머리가 유난히 찰랑거렸다.

아이리스 비노쉬는 스푼을 다시 들며 씁쓸하게 말했다.

“여하튼 인카르 것들은.”

방으로 돌아 간 시에나는 스태프를 들고 나와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타려니 어제의 그 힘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말을 탈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공중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왔구나!”

시에나의 얼굴에 얇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폰이 시에나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며 빙빙 돌고 있었다.

“가자!”

하늘에서 바라 본 자덴은 어쩐지 궁색하고 낮아 보이는 광부들의 집으로 오밀조밀하게 보였다. 멀리 바기족의 진영은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정말 눈부시군.”

시에나의 동그란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리폰도 황금빛에 놀라버렸는지 다소 당황스럽게 휘저었다.

“괜찮아. 너를 해치지 못 할거야.”

시에나가 그리폰을 살살 달래자 그리폰은 서서히 하강을 시도했다. 땅에서부터는 요란한 북소리가 울려왔다.

“무언가 준비를 했나 본데?”

어느 새 시에나는 뜨거운 황금빛 모래 속으로 그리폰과 함께 착지했다.

“우와-.”

급습을 하려고 모여있던 바기족 전사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헬리시타에서 온 인카르 전령이 오기만하면 일망타진해 버리겠다던 바기족의 용맹한 전사들은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듯 했다.

하늘하늘한 검은 머리가 황금빛을 받아 더욱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에나의 모습은 바기족이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본래의 인간과는 다른 형체를 가진 바기족들에게 시에나는 환상 속에서 꿈꾸어 왔던 연약하고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저, 저게 인간 여자!”

바기족은 시에나의 모습에 신비하다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신비감은 막사 안에서 밖을 주시하고 있던 캄비라 바투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시에나가 타고 온 그리폰은 캄비라 바투에게 시에나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첫 번째 승리를 거두기 전 만난 그리폰은 캄비라 바투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행운의 징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캄비라 바투에게 그리폰이란 것은 아주 각별하고도 특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인카르의 전령이 그리폰을 타고 날아오다니!

캄비라 바투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원래 캄비라 바투가 여자에 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바기족의 여자들과 시에나는 확연히 달랐고, 시에나가 타고 온 그리폰도 전혀 상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캄비라 바투는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에나는 특유의 여유롭고 가벼운 그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아무도 없나요? 인카르의 전령입니다.”

하나 둘, 바기족 전사들은 시에나를 향해 다가오는 듯 하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족장 캄비라 바투에게 가는 길을 터주었다. 그 누구도 시에나에게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캄비라 바투는 얼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종족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바기족의 족장이 인카르의 전령에 홀려 넘어가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캄비라 바투는 몇 번 정도 얼굴 근육을 찌푸려 보았다.

“절대로,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을 테다!”

사락사락하는 발걸음 소리가 막사 밖으로 멈추더니 막사의 발을 걷고 시에나가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당신이 인카르의 전령이오? 반갑소. 캄비라 바투요.”

캄비라 바투는 애써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내심 긴장되고 떨렸다.

바기족은 자덴 성과 달리 시에나에게 차 한잔 내주지 않았다. 시에나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막사 안을 휘 둘러보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바기족 족장은 누트 샤인이라는 노인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런 식의 말은 삼가시오. 그 분은 우리 바기족의 1대 족장님이시오. 인카르의 전령이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니오.”

시에나는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시에나는 시종일관 웃음으로 마음을 가리고 있었다.

캄비라 바투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바기족 제 2대 족장인 내 아버지 치아크라 쿠메르는. 그분은 저 얼음보다도 싸늘한 궁사들과 싸우다 전사하였소.”

분노에 몸을 떨던 캄비라 바투는 시에나의 눈을 바로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 내가 바기족 제 3대 족장 캄비라 바투요.”

시에나가 온화하게 대답했다.

“그러셨군요. 인카르의 전령 시에나 오틴입니다. 인카르에서는 이번 일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에나는 얼굴 표정과는 달리 냉정하게 말을 꺼냈다.

“그 동안 자덴은 인카르가 관리해왔고, 또 100년 이상 평화가 유지되어 온 곳입니다. 때문에 바기족의 갑작스러운 이런 야만적인 행위는.”

“야만적이라고?”

캄비라 바투는 연습했던 것보다 훨씬 쭈글쭈글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시에나는 괘의치 않고 말했다.

“트리에스테 대륙은 평화가 필요합니다.”

“흥. 우리 바기족에도 평화가 필요하오. 자덴에서 그런 식으로 우리를 말려 죽이려 하지만 않았어도 우리 바기족도 이렇게까지 움직이지는 않았소!”

“인카르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와준다고?”

“예. 여태껏 해온 것처럼 말입니다.”

“여태껏 해왔다니?”

“이런. 바기족의 새로운 족장님께서는 선대에 관한 일을 잘 알고 계시지 못한 것 같군요.”

시에나는 캄비라 바투에게 은밀히 이야기를 속삭였다.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시에나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캄비라 바투의 얼굴은 점점 납빛처럼 두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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