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este_대륙의 전쟁 - 1장. Ramp. 진입
| 21.02.03 12:00 | 조회수: 1,776


피톤 성 안으로 들어가자, 가리온 일행에게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익숙하다고 해서 모든 좋은 것이 아니었다. 눈 앞의 광경은 유쾌하지 않고 구역질 나는 것이었다. 지붕 없이 트인 성벽 벌판에서 데카론들은 서로 죽이고 있었다. 가리온 일행은 아이언 테라클에게 쫓기는데다가 델카도르의 사람들에게 당한 적이 있는 터라 마음 편히 지켜 볼 수가 없었다.

“어째서 데카론들끼리 싸우고 있지?”

룸바르트가 멀거니 물었다. 기세등등, 낡은 쇠고랑 문을 통과하던 모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캄비라 바투도 물었다.

“모두 우리의 적인가? 저기에 뛰어들어 싸워야 하나?”

“…. 만약 그렇다면, 당하지는 말아야지.”

룸바르트는 검을 배꼽 위로 올렸다. 타마라는 일행을 둘러 보다 말했다.

“다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으니 일러주죠.”

“응?”

“우리가 싸울 상대는 데카론들이 아니에요.”

“데카론들이 아니라니. 그럼 싸우지 않는다는 이야긴가?”

“아뇨. 데카론이 아닌 것들을 죽여야겠죠.”

“타마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봐도 알 수 있잖아? 저들이 입은 옷과 무기들을 보라고. 데카론들 말고 트리에스테 대륙에 저렇게 갖춰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없어.”

타마라는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저들 중 일부는. 흑마법으로 소환된 것들이에요."

"이계에도 데카론이 있다는 건가?"

캄비라 바투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가 없군."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룸바르트와 캄비라 바투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흑마법이니까…. 살아 있는 사람을 다른 곳에서 데리고 오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

“그런가?”

“….”

시에나는 요쉬마 디아메키가 듀스 마블의 명령으로 자신을 노라크 동굴에서 헬리시타로 소환한 것을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듀스 마블을 치러 와서, 그와 함께 있었던 일을 거론한다는 것이 꺼림직했다. 그런 시에나를 타마라가 도와주었다.

“막시아, 안젤리카, 칼루스, 헤라. 모두 죽었던 사람들이에요. 듀스 마블이 흑마법으로 죽음에서 불러낸 거죠.”

타마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있는 여섯 명들은 그런 자들을 숱하게 보아 온 사람들이었다. 대륙은 이계의 사악한 힘이 넘실거리는 암흑의 시대였다. 카론의 힘은 어디에나 있었다. 듀스 마블이 흑마법으로 죽은 자들을 깨워 방패 삼은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듀스 마블은 사죄의식 이후 모든 지지자를 잃었다. 그러나 듀스 마블에게는 군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듀스 마블은 사죄이식 이후, 두 번째로 흑마법을 펼친 것이다. 성인식을 치르기 이전에 전쟁에 참가하여 주검이 된 청년들, 막시아. 세지타의 규율을 어기고 다른 종족을 사랑한, 네오스에서 버림받은 사수들, 안젤리카. 이계에 오염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사들, 칼루스. 무덤 속에서 부활한 세지타 헌터의 교관 헤라. 모두 듀스 마블의 계약으로, 죽음에서 깨어나 싸우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는 죽은 자들을 또 죽여야 한다는 건가?"

캄비라 바투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캄비라 바투에게 이런 상황은 특히 불리했다. 사실 시에나와 일행들,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것 빼고는 캄비라 바투에게는 이 얼굴이 저 얼굴, 모두 같았다.

"뭘 따지고 그래. 달려들면 다 찍어 버려."

타마라는 싱긋 웃었다.

“죽음의 냄새가 날 거예요.”

살아있는 존재라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혼미한 듯 하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나른한 향. 그것이 죽음의 냄새였다.

“닮았어….”

죽음의 냄새에 취한 듯 에바는 아련히 중얼거렸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눈 앞에 선명하게 살아 움직였다.

“홀리지 말아요.”

몸에서 힘이 빠지는 에바의 등을 치며 타마라가 말했다.

“…?”

“에바. 여기에 디에네 비노쉬는 없어요. 화장한 자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죠.”

“…!”

에바는 너무도 놀랐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타마라는 에바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집었다. 에바는 안젤리카와 헤라를 보면서 어머니 디에네 비노쉬가 아닌가, 사죄의식 때 죽었던 어머니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인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떠올린 것을 어떻게 알았지? 게다가 화장한 것까지!’

그리고 에바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타마라는 가리온의 어머니가 에바의 어머니이기도 한 사실을 알고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가리온도 무언가 알고 있다는 걸까. 에바는 속절없는 생각에 초조해졌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하려 애썼다.

“자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 일에는 지나치게 간섭하는군. 난 그냥 어디부터 활을 쏘아야 할까 고민했을 뿐이야. 다들 비슷해 보이잖아.”

“죽음의 냄새가 날 거라니까요.”

“….”

“후후. 에바. 그냥 평소대로 가리온에게만 집중해요.”

“당신. 정말로.”

에바는 타마라를 쏘아보았다. 쓸데없는 참견은 말아주기를 바랬다. 자신의 생각이 드러났다는 게 불쾌했다. 무엇보다 가리온과 어머니가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가리온에게 이미 한번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가리온에게는 오직 이성으로서 보이고 싶었다.

“에바.”

타마라는 웃었다. 에바는 그 웃음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비웃음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에바가 더 화를 낼 사이도 없이 가리온이 모두를 주목시켰다.

"열 둘에서 반으로 줄었으니 최대한 뭉쳐서 가자. 그리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일부러 우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섞여있을지도 모르니까. 우선은 달려드는 사람들을 경계하도록 해."

그리고 끝에 덧붙였다.

"그렇다고 전부 죽이면서 갈 필요는 없을 거야.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슈마트라 초이지."

"그래. 룸바르트."

"슈마트라 초이의 구출."

“검성 슈마트라 초이라….”

룸바르트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실실 웃었다. 그래도 눈빛과 목소리는 깨끗했다. 룸바르트는 어느 때보다 머리 속이 맑은 느낌이었다. 어서 슈마트라 초이를 만나고 싶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자기 손으로 구하게 된 상황이 어쩐지 만족스러웠다.

"최대한 빨리 검성을 찾자."

가리온의 말에 모두 숨을 죽였다.

"....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듀스 마블은 검성을 이용해서 카론을 불러내려 할 지도 몰라.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은 절대로 막아야 해.”

가리온의 일행은 서로 눈짓했다.

"그럼, 간다!"

아이언 테라클은 심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을 당하려니 수치스러웠다.

“어째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지?”

경비병은 꾸벅거리면서도 아이언 테라클의 말에 일일이 대꾸했다.

“아이언 테라클님께서는 조디악이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뭐라고?”

“비나엘르 파라이님이 지시하셨단 말입니다. 이곳에는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피톤 성의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은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를 저지했다. 그는 윽박지르며 눈을 부라렸다.

“뭐? 아무나? 경비병! 내가 그렇게 보이나? 인카르의 조디악 아이언 테라클이 네 눈에는 같잖아 보이냔 말이다!”

아이언 테라클이 호통을 치자 경비병은 순간 움찔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트리에스테 대륙의 여신, 인카르 교단의 주인은 아이언 테라클이 아니라 비나엘르 파라이였다. 그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가 아니라, 비나엘르 파라이님의 지시로.”

“닥쳐라!”

아이언 테라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듀스 마블과 슈마트라 초이가 피톤 성에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비나엘르 파라이가 벌써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런 여우 같은 것! 도대체 어느 틈에!’

뒤로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다. 아이언 테라클은 경비병을 몰아붙였다.

“지금 안에는 죄인들이 있다! 그들을 잡기 위해 우리가 들어가려는 것이다! 당장 문을 열어라!”

이 말을 듣고 경비병은 코웃음 쳤다.

“아이언 테라클님. 여기 데카론 중에, 죄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인카르를 위해서 싸우면 죄를 사하여 준다고 풀어놓은 죄수들이 여기 반절은 될 겁니다. 그 죄인들 다 잡으시려고요? 허허. 말도 안됩니다. 정당하게 결계의 약속을 수행하시지 않으면 절대로 이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절대로.”

경비병은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자기 목이 날아가는 줄도 몰랐다. 눈 한 번 깜빡였는데 자기 손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발이 보였다.

“방정맞은 놈.”

아이언 테라클은 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등 뒤의 군대에게 명령했다.

“문을 부숴라! 우리는 들어간다!”

“예!”

우렁찬 대답소리와 함께 장정들이 문 앞에 섰다.

‘이 안에 듀스 마블과 슈마트라 초이, 그리고 알로켄의 피를 가졌다는 가리온 초이까지 있다. 절대로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무슨 수를 걸어놓았는지는 모르나 나는 이들을 잡아가 인카르의 영웅이 되리라!’

문은 허름하게 보였는데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아이언 테라클은 인카르 교단의 전령들을 데려왔지만 소용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아이언 테라클은 벽을 타고 올라가도록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벽은 높지 않게 보였는데 올라도 올라가도 끝이 없었다. 아이언 테라클은 마지막으로 목 잘린 경비병의 시체를 뒤지도록 했다. 경비병의 허리춤에서 목걸이 수 개가 떨어져 나왔다. 아이언 테라클은 금장식에 눈이 달린 목걸이를 가장 자리에 서 있던 병사들에게 걸었다. 그러자 마침내 피톤 성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군대는 이미 반절로 줄어 있었다. 문이 뚫리지 않아 튕겨나가 죽은 병사들, 벽을 오르다 떨어져 죽은 병사들, 그리고 끊임없이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를 괴롭히던 스틱스와 카본에게 죽은 병사들이 수두룩했다.

“가자!”

많은 병사들이 죽었지만 아이언 테라클은 개의치 않았다. 눈앞에 더 값진 수확물이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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