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este_대륙의 전쟁 - 6장. Eddy. 중간자의 길
| 21.02.03 12:00 | 조회수: 884


가리온은 이럴 경우 눈물이 날 줄 알았다. 분노에 휩싸여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줄 알았다. 알로켄이든, 알로켄의 피가 섞인 중간자이든 정말로 아무 상관도 없을 줄 알았다. 어머니 디에네 비노쉬가 죽었을 때처럼 분노할 줄 알았다. 주위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어서 미친 사람처럼 보일 줄 알았다.

“죽어있었습니다.”

가리온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분노하기는커녕 완전히 힘이 빠져 버렸다. 방금 전 듀스 마블을 끝냈다는, 복수를 끝냈다는 사실은 없었던 일 같았다. 가리온만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모여 있던 모두가 검성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아이언 테라클도 충격을 받았는지 좀처럼 움직이지를 못하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이냐.”

“네.”

“시체를 가져 와라.”

아이언 테라클은 말을 마치고 가리온을 보았다. 가리온은 멍해 보였다. 자리에 주저 앉은 가리온은 세상이 끝나 버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이언 테라클이 군대를 시켜서 강제로 잡을 필요도 없었다.

“가리온 초이를 데려와라.”

가리온의 어깨를 군인들이 와서 잡았지만 가리온은 저항하지 않았다. 군인들이 팔을 거칠게 묶어도 가만히 있었다.

“이리로. 나도 아는 얼굴이지만 가리온을 시켜 확인해야겠다.”

군인들은 가리온을 끌고 아이언 테라클에게로 데려갔다. 가리온의 몸에서 힘이 전부 빠져 버려, 묶는 데는 고생을 하지 않았지만,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군인들은 가리온의 등을 차고, 바닥에 굴렸다. 가리온의 갑옷이 허물어져, 몸을 짓눌렀지만 가리온은 아픈 줄도 몰랐다.

“….”

아이언 테라클은 턱을 물고 가리온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자 슈마트라 초이의 시체가 등장했다. 모두 조용해졌다. 투구를 벗어 가슴에 품는 이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침묵에 가리온은 아버지의 시신이 나타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누가 옮겨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눈은 저절로 슈마트라 초이를 향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쉽게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한숨을 쉬려는 게 아니었다. 가리온은 아버지를 외치고 부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가슴 한복판이 콱 막혀버린 것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시신이 되어버린 슈마트라 초이를 향해 뛰어 가고 싶었지만 달릴 수가 없었다. 마치 복부를 강타 당해 엉덩이가 뒤로 쑥 빠지는 것 같았다. 가리온은 겨우 일어나 배를 움켜쥐고 한 발씩 걸었다. 가리온을 붙잡았던 군사들은 가리온이 스르륵 빠져 나가 당황했지만, 다시 가리온을 잡지 않았다. 가리온은 지금 상황에서 도망칠 인물이 아니었다.

“아.”

가리온은 천천히 슈마트라 초이에게로 갔다.

“아버지.”

가리온은 그의 얼굴을 만질 수가 없었다. 만지면 차가울 것이 두려웠다. “가리온을 묶어라. 모두 호송해 간다.”

아이언 테라클은 가리온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는 뚝뚝 끊어 말했다. 차갑고 건조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말투였다. 아이언 테라클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군사는 크게 외쳤다.

“돌아간다!”

누군가는 저항할 줄 알았다. 붙잡혀 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죄 지은 자건, 죄 짓지 않은 자이건 끌려 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리온의 일행은 순응했다. 순응하기 보다는 주변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가리온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넋이 나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가리온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가리온의 일행 전부가 그랬다. 시에나며, 에바, 룸바르트, 캄비라 바투까지 모두 검성 슈마트라 초이가 죽은 것을 믿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타마라는 의지가 완전히 꺾인 듯 보였다.

‘어째서.’

사실 타마라는 검성 슈마트라 초이의 죽음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슈마트라 초이의 죽음이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트리에스테 대륙에서 검성의 존재는 굉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타마라에게는 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분명 피가 섞였는데….’

타마라는 두 눈으로 가리온과 듀스 마블의 피가 섞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런데, 타마라가 기대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타마라는 그 원인을 알아야만 했다.

‘듀스 마블이 준비를 잘못한 걸까.’

타마라는 듀스 마블의 방으로 가면서 부수었던 석상에 대해 떠올렸다. 카론에게 협력한 여섯 신, 그것을 형상화한 여섯 개의 석상. 이 여섯 신은 틀림없는 예전의 의식에 등장하는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 된 것이지? 중간자도 확실해. 틀릴 리가 없어. 가리온이 아니면 없어. 슈마트라 초이에게도 알로켄의 피가 있었지만 그의 운명은 아니야.’

타마라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하나하나 짚어내었다.

‘알로켄의 피를 가진 중간자. 그를 돕는 카론의 여섯 신. 그리고 합쳐지는 피. 그렇다면 듀스 마블의 피는 무엇을 상징했던 거지? 듀스 마블이 아니라, 다른 피가 필요했던 것인가? 아니면, 섞이지 말아야 했나? 혹시.’

타마라는 일행들을 떠올렸다.

‘혹시, 여섯 명의 피, 전부가 필요한 것인가?’

그러다가 자신이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음을 기억해냈다.

‘그래! 또 다른 중간자! 가리온 말고 다른 중간자의 피가 섞이질 못했구나!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타마라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주받은 피가 굳기 전에, 나머지 중간자의 피를 더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는 이미 피톤 성을 나와 카시미르 산맥의 골짜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쩌지?’

타마라는 주변을 살폈다.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가 의기양양하게, 그러나 슈마트라 초이의 죽음 때문인지 다소 근엄하게 카시미르 산맥을 행진하고 있었다. 아이언 테라클은 가리온의 일행이 한꺼번에 뭉쳐 있으면 탈출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행을 조금씩 떨어뜨려 놓았다. 가리온을 제일 앞에, 그리고 시에나 룸바르트 에바 캄비라 바투 자신의 차례로 두었다. 제일 뒤에서는 잔바크 그레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그리고 각각의 포로들에게는 함께 다녔던 잔바크 그레이, 파그노, 칸, 헤이치 페드론과 시리엘 아즈, 쿠리오를 차례로 붙였다.

‘쉽게 빠져나가지는 못하겠어.’

타마라는 앞과 뒤를 이리저리 살펴 보았지만 틈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는 숫자가 많았을 뿐 아니라, 도망치지 못하도록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휴…. 어쩌면, 이미 주술의 효력이 빠져나갔을 지도 몰라. 듀스 마블이 죽어버렸으니.’

타마라는 체념했다. 아이언 테라클이 끌고 온 군대의 경계를 뚫고 나가기도 어려웠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사실 피는 이미 굳어버렸을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돌고 도는 피라는 것은 끊임없이 생산 되는 것이라 가리온의 몸에는 아직도 많은 혈액이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그도 나타나지 않았어. 그런 중요한 순간에 그가 빠질 리가 없잖아. 이번 일은 진짜가 아니야!’

타마라는 확신했다. 그리고 의문했다.

‘그렇다면, 왜 듀스 마블과 슈마트라 초이를 걸고 이런 일을 벌였지?’

비밀 많은 타마라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천둥 소리가 들렸다. 아이언 테라클이 탔던 말은 놀랐는지 앞발을 치켜 들었다. 아이언 테라클의 군사들도 웅성거렸다. 하늘은 그야말로 시퍼렇게 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둥 소리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연신 울렸다. 마치 메아리라도 되듯 골짜기에서는 천둥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퍼졌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어서 확인해!”

아이언 테라클은 소리쳤다. 이런 경우 대부분 습격이 뒤따랐다.

“네!”

아이언 테라클은 가리온을 돌아보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가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언 테라클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고 천둥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가리온의 눈과 귀에는 잘 웃지 않던, 늘 두려운 눈빛을 하고 있던 아버지 슈마트라 초이의 모습만이 존재했다.

“악마 같은 놈.”

아이언 테라클은 반응 없는 가리온에게서 말머리를 돌리고 군사들에게 지시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죄수들을 잘 지켜라!”

“예!”

천둥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트리에스테 대륙의 중심을 가르는 카시미르 산맥은 돌무더기가 되어 쓰러질 듯 흔들렸다.

“뒤에 숨어 있는 자들아! 비겁하게 굴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아이언 테라클의 말이 끝나자 골짜기 절벽 위에서, 그리고 아이언 테라클의 군대 앞과 뒤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데카론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용이 그려진 백색의 기를 휘날렸다.

“…!”

아이언 테라클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죽은 듯 조용했지만, 청기사단 이전에 그 명성을 능가할 자가 없었던 제노아의 전설. 백기사단이었다.

곧 골짜기 절벽에서 순백의 갑옷과 붉은 검을 든 자가 소리쳤다.

“우리는 운도 마조키에의 후예들, 백기사단이다! 여기 우리의 자손을 위험에 빠뜨린 녀석들에게 죽음을 선사하겠다! 천둥과도 같은 전광의 검을 알고 있다면 어서 달아나라!”

그들은 가리온의 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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