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io - 의식 - 3장. Troop. 출정
| 20.12.30 12:00 | 조회수: 927


캄비라 바투는 누트 샤인이 어린 아이들을 희생에 얻었을 귀한 양피지 지도를 펼쳤다. 커다란 지도가 조잡하고 성글게 만든 나무 탁자 위를 꽉 채웠다. 탁자의 가운데를 가르는 크로오 산맥 양 옆으로 자덴 성과 헬리시타가 새겨져 있었다. 두 도시는 그리 멀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자덴을 함락해야 할 시간이었다. 지금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으면 다음은 없었다.

캄비라 바투는 신중하게 바기족의 진로를 짚어 내려 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바기족을 이끌어 온 책략가에서 족장으로서의 위치를 받아들인 지금, 바기족의 모든 운명의 그의 결정 하나에 달려 있었다.

“지난번과 같은 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바기족의 모든 참모들이 동의하는 바였다.

“정오를 지나, 햇빛이 가장 강렬할 때를 노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자덴 쪽에서도 어떤 준비를 해놓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옳습니다.”

캄비라 바투는 다소 거친 듯한 참모들의 직언에 모두 수긍했다. 모두 캄비라 바투보다는 오랜 세월 바기족을 지켜온 노익장들이었다. 그들은 캄비라 바투가 족장이라는 것을 개의치 않고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또한 참모들은 보수적이기도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의미도 없어질 뿐더러, 막대한 손실을 가져 올 것입니다.”

“이미 바기족 촌락에서는 식량이 바닥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바기족은 고립된 채로 생매장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캄비라 바투는 허리를 곧게 세우며 눈을 번득거렸다.

“그래서 저는.”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면 돌파를 하고자 합니다.”

“엥?”

“정면 돌파라구요?”

바기족의 참모들은 모두 난색을 표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들에게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지금껏 경험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궁사들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참패할 것이 뻔해 보였다. 누트 샤인을 이어 바기족을 이끌었던 치아크라 쿠메르가 한 밤에 공격했는데도 지고 말았던 점을 생각하며 참모들은 치를 떨었다. 치아크라 쿠메르의 몸에 화살이 잔뜩 박혔던 장면이 빠르게 그려졌다.

“불가능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캄비라 바투는 얼굴에 힘줄을 세우며 외쳤다. 놀란 참모들은 캄비라 바투의 말에 조용히 집중했다.

“바기족 진영과 자덴 성이 대치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몇 번이나 자덴 성으로 출정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랑은 아니지요.”

“또 실패할 것이 뻔합니다.”

“더군다나 정면 돌파를 하면.”

“제 말을 끝까지 들으십시오.”

캄비라 바투는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

“이상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사수들이 우리 바기족을 뒤쫓아 온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참모들은 서로 바라보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엇이 이상하다는 겁니까?”

“두 가지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세지타족이 우리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것 입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모두 치아크라 쿠메르의 시신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세지타족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기로 자자한데, 얼마 전 우리가 용병의 머리를 잘라 보냈을 때도 그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점입니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에서 두 번째 가정이 나옵니다.’

참모들은 모두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모았다.

“세지타족의 전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트리에스테 대륙 전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런 세지타족이 이런 소수의 바기족 전사들을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은.”

“내버려 둔다는 것은?”

캄비라 바투는 기분 좋게 마지막 말을 뱉었다. 아무리 세지타족이 빼어나다 할지라도 바기족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전투가 될 것이었다.

“바로, 전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죠.”

“전력이 충분치 않다니요? 그게 말이 됩니까?”

“충분치 않다면 그럼 지금껏 버티고 있는 세지타족은 뭡니까?”

“우리 바기족이 오합지졸이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그들에게는 싸울 사수들이 모자란 것입니다!”

참모들은 그제야 캄비라 바투의 말을 이해한 듯 했다.

“그리고 사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우리를 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모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궁수들의 수가 적다지만, 역시 뛰어난 궁수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캄비라 바투는 동요하지 않고 결말을 지었다.

“때문에, 우리 바기족에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여기서 지체한다면 약삭빠른 아이리스 비노쉬는 차곡차곡 전력을 쌓아 나갈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 바기족 전사들은 내일 새벽 자덴 성으로 출정합니다.”

“예에?”

“아니, 너무 갑작스럽게!”

“내일 정오에는 자덴 성은 바기족의 것이 되어 있을 겁니다. 내일 출정에 무리 없게 준비해주길 바랍니다.”

캄비라 바투는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

이른 새벽 바기족 전사들은 눈을 비비며 차례로 섰다. 개중에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캄비라 바투만이 상쾌한 표정으로 전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사들이여.”

캄비라 바투는 크게 운을 띄웠다. 하지만 몇몇 병사들은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가래침을 뱉으며 시선을 외면했다.

“기대되지 않는가?”

뒷짐을 진 캄비라 바투가 자덴 성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아직 차가운 새벽 공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 우리는 저 성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게 될 것이다.”

바보스럽게 우직해 보이는 전사 하나가 대뜸 물었다.

“고기도 먹을 수 있어요?”

캄비라 바투는 그 전사를 한 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게다가 바기족 촌락에 남아있는 우리의 가족들도 데려 올 수 있지.”

이 모습에 심드렁했던 바기족의 전사들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명예보다, 우선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헤어졌던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끝을 모르는 지루한 대치 상태에서 지독하게 외로웠던 전사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진실로 필요하고 갈망했던 것이 자덴 성에 있다는 확신은 끌어내려졌던 투지를 다시금 불태웠다.

“그, 그렇다면 당장 가죠!”

“그래! 갑시다!”

“얼른 자덴 성을 부수어 버립시다!”

“어이! 부수면 안 되지! 우리가 살아야 하는데!”

“아. 그런가? 크하하하. 어쨌든 어서 갑시다!”

“그래요! 가자구요!”

“우와와!”

노익장을 과시하는 참모들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지만, 전사들의 표정에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캄비라 바투는 기세등등하게 확신에 찬 모습으로 참모들을 돌아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 캄비라 바투를 믿고 따르시오.’

전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멎자 캄비라 바투는 똑똑한 발음으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절대 뒤를 돌아보거나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간다고 한다. 그 앞에는 물론 승리라는 보상금이 자리 잡고 있지.”

캄비라 바투는 전사 하나하나의 눈을 마주치려고 고개를 크게 돌렸다.

“하물며 전사인 우리가! 미로의 숲을 견뎌낸 우리가!”

캄비라 바투는 자신들을 대신해 희생된 바기족의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승리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리가 저 자덴 성의 궁수 녀석들처럼 잔꾀를 부려야 하겠는가!”

“우와와와!”

우매한 바기족의 전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구 함성을 질러댔다. 승리라는 마법은 그들을 한껏 고취시켰다.

“우리는. 바기족 전사들은! 앞으로 똑바로 나아간다. 그리고 승리를 잡아 챌 것이다!”

참모들은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그런 대로 분위기에 동조하는 듯 했다.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똑바로 앞만 보고 갈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빠른 승리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우우우!”

바기족 전사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빠른 승리의 유혹은 그들은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 좋다! 전사들의 열망대로 지금 곧바로 자덴으로 출발하겠다!”

우와와와-!

모래 바람을 일으킬 정도의 함성이 마른 고원을 휭휭 돌았다. 곧 캄비라 바투의 그리폰도 모래 바람을 타고 온 함성소리를 들었는지, 하늘 위로 나타나 바기족 진영을 맴돌았다.

캄비라 바투는 그리폰과 함께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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