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Yesterday - 역사의 시간 - Apocrypha.Veteran. 전 시대의 영웅
| 21.01.06 12:00 | 조회수: 996


크레스포의 바람은 매서웠다.

옷깃을 여미고 여미어도 소용없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큰 벽에 부딪히는 듯 시린 아픔마저 주었다.

누트 샤인은 검고 붉게 얼은 손으로 종이를 꾸깃 접어 챙겼다.

“지도는 나중에 봐도 될 것이네.”

누트 샤인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은가. 이제부터는 나 혼자 갈 거라네. 여기서 그만 헤어지세.”

“허허. 클로비스. 여기까지 내 도움 없이 올 수 있었을까? 바라트까지 가는 길은 이보다 더 험할 텐데 괜찮겠는가? 아니……. 누트 샤인.”

누트 샤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역시 눈치채버렸군…….’

서둘러 일어선 누트 샤인은 무조건 앞으로 걸었다.

“도대체 그 작은 몸집으로 무엇들을 그리 줄줄이 숨겼나?”

누트 샤인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등 뒤에서 오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데네브에서 이미 깨달았다. 그 때문에 쫓아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누트 샤인이 크레스포까지 가는 것을 돕는다면서 따라나선 그는 누트 샤인에 대해서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장미의 가시처럼 순진하고 열정적인 모습 뒤로 비수를 찔렀다.

“노라크 동굴에 이어, 크레스포……. 끝은……. 카론인가? 자네는 너무 의심스러운 짓을 많이 하고 있어.”

“…….”

“그렇다면 자네의 목을 베겠네.”

누트 샤인은 그가 정말로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정은 누트 샤인이 가진 유일한 희망이었다.

누트 샤인은 포기할 수 없었다.

누트 샤인은 화제를 돌렸다. 말을 빙빙 돌려 헛점을 파고드는 것이 그의 장기였다.

“크크크크……. 여기서 가까운 곳에……. 복수의 빙곡이 있다지?”

누트 샤인은 땅만 쳐다보며 말했다.

“복수의 빙곡에는 이제는 존재마저 잊혀진 백기사단이 있다더군. 인카르의 청기사단과 그토록 앙숙이었던 백기사단 말이야.”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크레스포에서 눈은 공기만큼 흔했다.

누트 샤인의 발등 위로 눈이 하나 둘 쌓였다.

“그런데……. 1대 청기사단의 단장은 그들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을 두려워했어. 청기사단이 위태로워질까봐. 백기사단은 운도 마조키에의 후예들이었거든. 힘과 권위가 모두 백기사단에 있었지. 그래서 청기사단 단장은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생각한 거야.”

“……!”

“조디악이기도 했던 청기사단 단장은, 백기사단에 첩자를 풀고. 조직을 와해시키려 했지. 단단하던 백기사단에 그 방법은 좋지 않았어. 청기사단 단장은 더 두려웠지. 보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는 크레스포를 빌미로 백기사단을 복수의 빙곡으로 보냈지. 그리고 다른 조디악들과 합세해서.”

“그만해!”

“소수만이 살아남았다지? 백기사단을 이끌던 뷰라보 랜더는 원통함에 스스로 봉인해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 청기사 단장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더군.”

“누트 샤인!”

“자네가, 조디악을 그만둔 것은 그 때 그 일에 대한 자책감인가?”

누트 샤인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그런가? 아모르 쥬디어스?”

아모르 쥬디어스는 인카르 교단 초기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영웅이며 검신(劍神)의 칭호를 가진 최초의 청기사였다. 반달 평원에 잔존해 있던 이계 생명체들을 소탕하여 네오스를 세우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아모르 쥬디어스는 이계의 오염에 노출되어 모습이 바기족처럼 변해버렸지만, 데네브에서 누트 샤인을 만나고는 그가 심상치 않은 일을 계획하고 있음을 곧 눈치챘다.

자신을 클로비스라 소개한 그가 바기족의 족장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바기족의 족장이 몹시 작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혼자 은밀히 중얼거리는 알로켄족의 말과 조심스러운 행동들,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듯한 눈빛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아모르 쥬디어스는 무기를 핑계 삼아 잡아 두며 살폈지만 쉽지 않았다.

누트 샤인은 허술한 틈을 보이지 않으려 몹시도 애를 썼다. 그럴수록 아모르 쥬디어스의 의심도 커졌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있길래….’

누트 샤인이 몸 속에 꽁꽁 감추고 있던 것은 책 한 권이었다.

아모르 쥬디어스가 그것을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것은 누트 샤인이 목욕을 하러 간 사이였다. 그것은 마치 바람결에 쓸려지듯 누트 샤인의 옷자락에서 빠져 나왔다. 서둘러 책을 집어 들은 아모르 쥬디어스는 옷자락을 뒤져 보았다. 책 말고 다른 것은 없었다.

아모르 쥬디어스는 알로켄의 언어로 쓰인 책을 훑다가 책갈피가 꽂혀진 부분을 펼치고 손 지문이 유난히 많이 찍힌 부분을 읽었다.

‘신과 가까운 자가 폭군의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용사의 무덤에 들 때 시간의 파괴가 재현되리라…….’

아모르 쥬디어스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책갈피가 범상치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제 아무리 고급 책갈피도 구리로 만들어지는 세상인데, 누트 샤인의 책에 꽂아진 책갈피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트리에스테 대륙처럼 생긴 그 책갈피는 앞면에 크레스포라 쓰여져 있었다.

아모르 쥬디어스가 책갈피를 뒤집어 보려는 순간, 인기척이 났다.

아모르 쥬디어스는 서둘러 책을 옷 틈에 감추었다.

그리고 무기를 건넨 후, 누트 샤인을 따라 나섰다.

누트 샤인은 그런 아모르 쥬디어스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그것으로 날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자네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백기사단을 음해하는 일 따위는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자네는 진실을 모르네.”

“크크……. 글쎄. 진실은 언제나 강한 자의 것이라서 말이야……. 그래도 과거를 돌리고 싶다는 마음은 같지 않을까?”

누트 샤인은 촉수를 좀 더 길게 뽑았다.

“자네는 과거를 돌려 무엇을 하려는 것이지? 그랜드 폴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나는 카론을 불러내려는 것이 아니네. 다만, 시간을 돌리려 할 뿐이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날의 영화일 뿐이네.”

“그 때는, 자네와 내가 영웅이었지.”

누트 샤인의 촉수가 아모르 쥬디어스의 검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끝낼 순 없어. 나는 반드시, 영혼의 숲으로 간다!’

누트 샤인은 아모르 쥬디어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질퍽한 촉수가 아모르 쥬디어스의 손목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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