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valence - 타인과 적 - 5장. Party. 일행
| 21.01.20 12:00 | 조회수: 822


눈보라 때문에 캄비라 바투의 발자국은 찍히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딱 그만큼의 속도로 캄비라 바투는 가리온을 향해 달려나갔다.

캄비라 바투의 시신경은 가리온에게만 반응하였다.

그래서 뒤에서 뒤따르고 있던 바기족 전사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어떻게 싸우지?”

“…. 모르겠어. 그냥 싸워야지. 뭐.”

지금껏 바기족들은 족장인 캄비라 바투의 전략에 따라 싸워왔다. 적의 약점, 바기족 전사들에게 유리한 점, 모두 캄비라 바투의 머리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캄비라 바투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질투에 미쳐 있었다.

가리온은 성큼성큼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바기족의 도끼 날을 막을 생각으로 전속력으로 달려나가 유리한 자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의외로 바기족은 몸을 부딪혀 왔다. 결국 가리온의 몸집보다 세 배는 더 큰 것 같은 캄비라 바투의 몸집이 가리온의 몸에 부딪혀 왔을 때 가리온은 그 반동으로 멀리 나가 떨어져 버렸다.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의 몸에 부딪힌 충격과 얼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리온은 그래도 벌떡 일어섰다.

가리온의 일행에 비해 바기족 전사들의 수가 많은 지금, 시간은 중요한 변수였다. 캄비라 바투 같은 우람한 바기족 전사들이 끊임없이 몰아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가리온이 마음을 다잡으며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또 캄비라 바투가 달려와 몸으로 밀쳐냈다. 어찌나 세게 부딪혔는지 가리온은 한 순간 허공에 붕 떴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가리온은 또 다시 바닥에 내쳐졌다.

“컥.”

연속으로 당한 충격이 고스란히 몸에 전달되었다.

가리온은 고통에 몸을 뒤척였지만, 이 순간 살 길은 하나였다.

‘얼른 일어나야 해.’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렸다. 가리온은 검을 손에 꼭 쥐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고작 이런 녀석에게. 마음을 준 것인가?”

캄비라 바투는 가리온을 노려보았다.

“네 녀석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어!”

캄비라 바투는 자신의 몸집만한 도끼를 한쪽 팔로 크게 휘익 돌려 내려쳤다.

푹!

“녀석!”

캄비라 바투는 가리온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가리온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반동으로 가리온은 벌떡 일어섰다.

“묘기를 하는구나.”

캄비라 바투는 조금 당황하는 듯 했지만, 다시 또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가리온은 세 번 당하지 않았다.

가리온은 은 검으로 도끼 날이 달린 목을 잡아챘다.

캄비라 바투의 힘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다.

가리온의 계산대로 캄비라 바투의 몸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가리온은 그 순간을 노려 캄비라 바투를 밀어붙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힘으로는 절대적으로 캄비라 바투가 우세했지만, 한 순간에 균형을 잃어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었고 가리온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가리온은 검 자루를 굳게 쥐고 서서히 날을 끌어 올렸다.

캄비라 바투의 도끼는 점점 가리온에게 밀렸다.

스르릉.

날이 긁히는 소리가 답답한 캄비라 바투의 가슴을 더욱 꽉 막히게 만들었다.

캄비라 바투는 더 견딜 수 없어 포효했다.

“잔꾀 부리지 마라!”

바기족의 놀라운 지구력으로 캄비라 바투는 가리온의 검을 억누르려 했다.

그러자 가리온은 몸을 숙이고 등을 돌렸다.

가리온의 검은 그대로 가리온 몸에 붙어 있었고, 캄비라 바투의 도끼는 힘줄 곳을 잃고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이런, 쥐새끼!”

캄비라 바투가 외치는 사이에 가리온은 빠르게 움직였다.

“난 너처럼 말할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

캄비라 바투의 등 뒤에선 가리온이 넌지시 말했다.

“녀석이!”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를 향해 검을 그었다.

“어서 끝내버리자!”

탁.

둔탁한 음이었다.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의 근성에 놀랐다.

“내가 쉬워 보이냐?”

캄비라 바투는 자루만 남은 도끼를 멀리 던졌다.

가리온이 승부를 내려던 순간, 캄비라 바투는 있는 힘껏 몸을 돌렸다.

결국 은 검에 잘린 것은 도끼 자루였다.

가리온과 캄비라 바투는 무섭게 부딪혔던 순간을 잊은 듯 서서히 서로에게서 물러났다.

눈과 눈이 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급했다.

캄비라 바투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고, 가리온은 일행이 걱정되었다.

캄비라 바투는 한참을 더 가리온을 노려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얼른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다.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가 왜 눈을 내리깔았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이다!’

더 망설이지 않았다.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를 향해 달렸다.

“으아아아!”

캄비라 바투도 뛰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목에 화살이 뚫린 바기족 전사의 시체가 있었다. 그 옆에 눈발이 달라붙는 도끼가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족장님!”

게다가 또 다른 바기족 전사가 캄비라 바투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좋아!”

캄비라 바투를 돕기 위해 달려 온 바기족 전사가 도끼를 돌리며 가리온에게 덤볐다.

휘이잉, 휘이잉, 쇠 날이 돌아가는 소리가 무섭게 울었다.

그렇지만 가리온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눈 앞의 바기족 전사는 족장을 쓰러뜨리고 나면 또 맞붙을 적일 뿐이었다.

회전하는 날은 가리온의 정면으로 다가왔고 가리온은 허리를 숙이며 검을 길게 뻗었다.

‘서둘러야 해!’

가리온은 캄비라 바투에게 그랬던 것처럼 몸을 살짝 숙이고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검은 그대로 바기족의 등까지 통과했다. 바기족 전사는 가리온이 품 속으로 들어오자 놀라서 몸을 수그리다가 발등을 도끼로 찍고 말았다.

가리온은 바기족을 옆으로 밀어 복부를 통과했던 은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바로 캄비라 바투에게 달려갔다.

이번 싸움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바람이었다.

파그노에게는 살육만이 살아남는 길인, 데카론의 여정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만둘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제노아로 돌아가 그 동안에 있었던 싸움들을 조금만 이야기해도, 슈마트라 초이의 아들인 가리온 초이와 함께 여행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영웅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레퀴에스 해변에서 일행을 등졌을 때는 이번에는 정말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자꾸 돌아오게 되었다.

딱히 마음에 드는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각자대로 움직이는 그런 결속력 없는 공동체였음에도 발걸음이 저절로 돌았다. 또한 가슴 속에서는 말도 안 되는 변명거리들이 산처럼 툭툭 튀어나와, 파그노를 안심시켜 줬다.

‘어차피 돌아가도 재미없을 거야. 따분하게 기사단들 싸움에나 휘둘릴 것이고. 그 작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고작이겠지. 칸도 잘 버티고 있잖아. 오빠가 되가지고 동생만큼도 못한다면 체면이 서겠어? 그것도 여동생한테. 그렇다고 칸에게 돌아가자고 먼저 말하기도 그렇고…. 칸이 문제야. 칸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어. 괜히 돌봐줘야 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그래. 내가 오빠니까. 그래도 보살펴 줘야지. 잔바크 그레이도 그래. 자기 분별도 못하는, 의심도 없는 친구인데. 내가 옆에 있어줘야지. 성격만 급해서 조심성이 없어.’

이유를 굳이 대라면 못 만들 것도 없었다.

파그노는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시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버티려 했다.

그렇지만 사실은 칸이 자신보다 강하며, 잔바크 그레이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을 파그노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떠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거야.’

로아성을 떠날 때 그 중압감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 싸움을 피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불안했다.

그 불안한 마음은 파그노의 자신감을 완전히 뭉개버렸고,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파그노는 차마 바기족 전사들 가까이에 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검을 든 손은 어정쩡했고 몸은 구부러진 채였다.

“오지마…. 가까이 오지마….”

잘 들리지도 않는 작은 목소리로 잔바크 그레이와 칸이 싸우는 틈을 혼란스럽게 뛰어다녔다.

다행히 자신과 맞붙게 될 바기족 전사는 없는 듯 했다.

“저리로 가야지…. 저기는 싸우는 사람이 없군….”

바기족 전사들이 쓰러진 곳으로 간 것이 실수였다.

도끼를 집어 일어 선 캄비라 바투를 딱, 마주친 것이다.

“뭐냐, 네 놈은?”

파그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 앞의 바기족은 조무래기 전사들과 그냥 보기에도 달랐다.

“인간.”

파그노는 침을 삼켰다.

“인간…. 그래…. 인간은 처음부터 적이었지….”

캄비라 바투는 슬슬 파그노에게 다가왔다.

“안돼!”

칸이었다.

“오빠! 도망쳐!”

칸은 상대하던 바기족 전사를 힘으로 밀치고 파그노를 향해 울부짖었다. “나한테 도끼가 잘 맞는지. 어디, 시험해볼까?”

순간이었다.

캄비라 바투의 도끼는 파그노를 그대로 넘어 어깨뼈를 찍었다.

“오빠!”

파그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좀 움직이고 싶었는데 뻣뻣해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오빠아!”

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아보았다. 오빠는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눈이 점점 감겼다.

“정신 똑바로 차려!”

파그노는 실눈을 떴다.

빛이 갑자기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고 보았다.

크루어를 든 가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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