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 - 지옥의 징조 - 3장. Target. 표적
| 21.01.27 12:00 | 조회수: 795


트리에스테 대륙은 위의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남쪽은 다시 둘로 갈라졌다. 북은 모이라이, 남서는 베네디카, 남동은 이스타니아 였다. 가리온이 스스로의 여행을 떠날 때, 모이라이와, 베네디카 그리고 이스타니아에서도 여러 일들이 꾸며졌다.

알로켄의 후손, 정확히는 중간자가 이 땅에 나타났다는 것을 감지한 여러 조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복수의 빙곡. 썩은 나무에 잔뜩 고인 한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검은 옷을 입은 심부름꾼이 바론에게 가리온의 행방에 대해 보고하였다.

“가리온이 크레스포를 떠났다고 합니다.”

“방향은?”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불의 사슬로 가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길만 골라서 가는군.”

바론의 입가에 웃음이 스쳤다.

“그런데….”

“그런데?”

“혼자라고 합니다.”

“뭐? 혼자?”

얼굴이 잔뜩 찡그려진 바론은 놀라 소리쳤다. 그 바람에 오스카가 놀라 뛰어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바론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이마를 손으로 감쌌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몸 둘 바를 모르던 검은 옷을 입은 심부름꾼이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가리온이 혼자 남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혼자? 그럼 의미가 없잖아?”

오스카도 이마를 찡그리며 소리쳤다. 검은 옷을 입은 심부름꾼은 가리온이 혼자 여행을 가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인 듯,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지?”

오스카는 바론에게 물었다. 가리온 혼자서는 제 2의 그랜드 폴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것은 곧 복수의 빙곡에 잠들어 있는 뷰라보 랜더를 깨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론은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그날레들을 믿어보자.”

“…!”

“이미 세그날레들은 인카르 교단과 손을 잡았어. 그러니 세그날레들도 가리온 혼자 두지는 않을 거야.”

“이계에서 온 암살자들을 믿어봐야겠군.”

바론과 오스카는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옷을 입은 심부름꾼이 가리온을 추격하기 위해 떠나자, 복수의 빙곡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이하프 설원에는 엄숙한 분위기만이 남았다.

반대로 아발론 섬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세그날레들 역시 가리온이 열 두 명의 일행과 떨어져 혼자 떠난 일로 돌로 다듬어진 원형 회의장, 홀의 열기는 몹시 뜨거웠다.

“우리에게 위험이 있지만, 인카르 교단에 협조한 것은 가리온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가 혼자 떠나버리면 우리가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요?”

“타마라가 있잖아요. 타마라라면 가리온을 금방 따라 잡을 거예요.”

“게다가 아직 인카르 교단에서 감추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 정보를 알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거예요.”

“오히려 이를 핑계 삼아 인카르 교단에서 발을 빼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계에서 우리 세그날레들을 좋지 않게 보는 무리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카론의 힘이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카론 편에 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수많은 세그날레들이 각자의 의견을 말하느라 홀은 시끄러웠다. 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세그날레가 앞에 나서자 순식간에 홀은 잠잠해졌다.

“우리는 아직 캐내야 할 정보가 더 있어요. 그것은 중간자들을 알아낸 것보다도 더 중요한 열쇠예요. 그것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인카르 교단에 협조하는 것이 좋겠어요.”

우두머리로 보이는 세그날레가 이야기를 잠시 멈추었지만, 누구도 동요하거나 웅성거리지 않았다. 세그날레의 세계는 그랬다. 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다가도, 하나의 단체 행동이 정해지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것이 혼자서는 약하지만 단체로는 강한, 다 함께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끈기로 이어 온 세그날레의 힘이었다.

“그리고 타마라가 가만이 있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고. 현재 인카르 교단에 유리한 상황이니만큼 그들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게 더 유리할 겁니다.”

세그날레들은 인카르 교단과 맺은 계약을 떠올리며, 우두머리의 의견을 공감했다. 타마라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세그날레들은 가리온을 따라잡을 작정이었다. 두 개의 달이 겹쳐지는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중요한 열쇠들이 차츰 모아졌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인카르와 잡은 손을 놓는 것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었다.

“원래 트리에스테 대륙은 인간들의 땅이었으니까요.”

세그날레들은 비밀스럽게 계획대로 움직였다. 과정이 어떻든 그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고야 마는 종족이기도 했다.

“비나엘르 파라이님이 계속 이곳에 머무시는군.”

대륙의 중심 헬리시타, 인카르 신전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언 테라클은 창문을 통해 정원을 거닐며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비나엘르 파라이를 바라보았다. 원래 일 년의 대부분을 여행으로 보내는 비나엘르 파라이가 신전에서 오래도록 있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닌 걸까. 그래도 여기는 이제 내가 실세야. 흥.”

아이언 테라클은 자신이 트리에스테의 주인이 된 것마냥 우쭐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듀스 마블이 사죄의식을 치른 후 악당이 되어 버리자 마법계 조디악들은 함부로 입을 열거나, 행동하지 못했다. 원래가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언 테라클은 여기저기 간섭하며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아이언 테라클은 권력이란 클수록 좋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고, 욕심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그 욕심의 시작은 비나엘르 파라이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비나엘르 파라이에게 온 수상한 편지들이 발단이었다. 세지타 수장 디에네 비노쉬의 편지는 그냥 넘긴다 하더라도 사라진 조디악 아모르 쥬디어스, 바기족 촌장 누트 샤인에게 온 편지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언 테라클은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신이 모르는 일들에 대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수상해. 확실히 어떤 일을 벌렸어.’

특히 누트 샤인은 자신에게 이익이 있지 않으면 전혀 행동하지 않는 자라는 것을, 아이언 테라클은 잘 알고 있었다. 아이언 테라클이 자덴에 있었을 때, 누트 샤인이 잔꾀가 많다는 것을 이미 실감한 터였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지?’

비나엘르 파라이가 듀스 마블을 사악한 자로 몰아버린 것도 수상했다. 물론 그것은 아이언 테라클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듀스 마블이 악당이 되어버린 지금 아이언 테라클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비나엘르 파라이는 듀스 마블을 후계자처럼 여겨왔다. 듀스 마블이 카론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어지간한 인카르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런 듀스 마블이 카론을 추종하다니…. 믿을 수 없지만.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미쳐버린 것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아이언 테라클이 예전 듀스 마블의 방에서 본 슈마트라 초이와 듀스 마블, 그리고 조디악 밀랍들은 도대체 설명이 되지를 않았다.

‘이상한 일이야…. 슈마트라 초이까지…’

갑자기 아이언 테라클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만약 그 밀랍들이 사실은 진짜 인간이라면…. 비나엘르 파라이가 모두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라면…. 그 방에, 슈마트라 초이가 있다는 것은…!”

슈마트라 초이를 별 것 아니게 생각했던 아이언 테라클은 모든 일이 그 때문에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슈마트라 초이가 어떤 인물이길래. 비나엘르 파라이가 거두었을까….”

그 때였다. 인카르의 경비병 하나가 아이언 테라클의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가?”

“듀스 마블이 은둔한 곳을 찾았습니다!”

“뭐?”

아이언 테라클은 깜짝 놀랐다. 바로 몇 주전, 아이언 테라클은 듀스 마블의 밀랍을 이곳 인카르 신전에서 보았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제노아 근처에서 소문이 돌아 알아본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제노아 근처?”

“네. 제노아 근처 피톤이었습니다.”

“…. 잡았나?”

“아직 잡지는 못했고, 성을 포위하였습니다.”

아이언 테라클은 갑자기 두려워졌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어떻게 한 것이지? 어쩌려는 것이지?’

그러나 아이언 테라클은 권력과 정치적인 일들만 생각했을 뿐, 아직 트리에스테 대륙 전체의 위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가리온의 일행이 아무 말 하지 않고 떠난 것을, 델카도르는 안도했다. 타마라도 별말 없이 사라져 주었기에 로아성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그랜드 폴과 관련된 백기사단의 역사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만한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트리에스테 대륙에서도 비나엘르 파라이와 몇 안 되는 저명한 사학자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델카도르의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청기사단장이라면 틀림없이 비나엘르 파라이가 임명했을 것이었다. 사실 델카도르는 비나엘르 파라이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는 비밀이 너무 많았고, 제멋대로였다. 그랜드 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도, 방주 아르카나를 만들고 또 파르카 신전을 보호하고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나엘르 파라이가 자신을 여신화하기 위한 과장이라고 수군거렸지만 델카도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그것은 어느 정도 진실했다. 의심하자면 끝이 없었다. 그가 북방기지의 최전선으로 파르카 신전이 아닌 브라이켄 성을 삼은 것도 수상한 것이었다. 더 북쪽에 있는 파르카 신전은 비나엘르 파라이의 힘이 닿은 곳이었다. 그러면서 북방기지는 파르카 신전이나 로아가 아닌 브라이켄 성으로 삼았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백기사단에 대해 내가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지?”

그렇게 델카도르는 실마리를 잡았다. 비나엘르 파라이처럼 비밀이 많은 사람이 아무에게나 백기사단에 찾아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백기사단…. …. 백기사단…. 백기사단이라….”

델카도르는 무릎을 딱 쳤다.

“그래! 그거야!”

왜 진작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분할 정도였다.

“백기사단과 운도 마조키에!”

그러나 델카도르는 그 이유를 알아 내자 마자 공포에 휩싸여 얼굴이 파래졌다.

“그렇다면. 역시! 가리온이 열쇠!”

델카도르는 그랜드 폴을 원치 않았다. 카론이 트리에스테 대륙에 등장하는 순간, 인간의 역사는 멸망할 것이었다.

“그 자를! 청기사단 단장을 살려둬서는 안돼!”

델카도르는 인카르 교단과는 또 다른, 하지만 데카론에 뜻을 같이하는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그는 곧 무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랬다. 가리온을 따라잡아 없애려고 복수의 빙곡에 데카론들을 보낸 것은 바로 델카도르였다.

그러나 복수의 빙곡에서 가리온은 백기사단의 도움을 받았고, 계획은 실패하였다. 델카도르는 가리온이 복수의 빙곡에서 크레스포로 갔고, 이제 크레스포에서 동쪽을 향해 떠났다는 소식만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델카도르는 트리에스테 대륙의 지도에서 크레스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리고 동쪽,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쭉 움직였다. 누런 양피지 위에 붉은 물감이 번져 있는 그곳은 불의 사슬이었다.

“그래! 불의 사슬! 불의 사슬에서 기필코 가리온의 가면을 벗기고 그를 처단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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