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ivalence - 타인과 적 - 11장. Crespo. 크레스포로
| 21.01.20 12:00 | 조회수: 769


가리온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자네를 구했네.”

가리온은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백기사단의 바론이라는 사람은 가리온이 알로켄족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유로 가리온을 구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다면 왜?'

가리온은 바론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로켄의 피를 가진 사람을 어째서 구해주었는지 궁금해졌다.

가리온은 급하게 예상 가능한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비나엘르 파라이가 편지로 바론에게 가리온에 대해서 알렸다. 그래서 가리온이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 도와주러 나왔다.

사실이 이렇다면 이야기는 착착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바론이라는 사람은 어쩐지 비나엘르 파라이에게 협조하지 않을 것 같다.

방금도 인카르 교단이나 청기사단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리온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택했다.

"왜 구해주셨습니까?"

바론은 가리온의 물음에 놀라는 듯 하더니, 다시 웃었다.

"자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에 왔나?"

"아까 말씀 드렸듯이, 비나엘르 파라이님이 이곳에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자네는 그렇게 말했었지."

바론은 잠시 생각했다.

"잠깐, 그렇다면…. 아까는 묻지 않았지만, 비나엘르 파라이가 어떤 도움을 청하라고 하던가?"

바론의 질문에, 가리온은 역시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어떤 이야기를 나에게 하려고 했던 거지?'

가리온은 몹시 궁금했지만, 일단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 저는 듀스 마블을 쫓고 있습니다. 그는 그랜드 폴을 다시 일으키려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비나엘르 파라이님은 듀스 마블이 백기사단에게 찾아갔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찾았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듀스 마블이 우리를 찾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가리온은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가리온이 한 말이 아니라 비나엘르 파라이가 했던 말이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님이.”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인카르 교단을 믿지 않으며, 또한 협력할 생각이 없는데.”

가리온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비나엘르 파라이님의 말씀과 전혀 틀려….’

바론은 가리온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살폈다.

그러나 사실 바론은 가리온의 어떤 설명 없이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나엘르 파라이는 가리온을 복수의 빙곡에, 빙곡의 백기사단에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여전하군.’

바론은 비나엘르 파라이를 떠올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가리온은 그런 바론의 눈치를 보다가 힘겹게 입을 떼었다.

오래도록 힘들게 온 복수의 빙곡이었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얻어가야 했다.

“혹시라도, 듀스 마블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서 듀스 마블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네.”

바론은 딱 잘라 대답했다.

“….”

바론은 입을 다물어버릴 태세였다. 가리온이 애써 참아오던 인내심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

바론의 눈이 반짝이자 가리온은 일단 안도했다.

“자네는 중간자이지?”

“…?”

“자네의 검을 보고 알았지.”

가리온은 바론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간자…?’

바론은 가리온이 모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이야기했다.

“중간자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는 법이지. 자네의 검은 유난히 반짝거리더군.”

“뭐라구요?”

가리온의 눈이 커졌다.

가리온을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백기사단은 데카론들과 그렇게 싸우고도 기운이 남았는지 요새로 돌아오자마자 가리온을 따로 불렀다. 가리온도 힘이 넘치는지 일행에게 상의도 없이 그대로 바론을 따라갔다.

남은 사람들은 탁자에 자리를 잡고 가리온을 기다렸다.

빙곡의 요새는 그대로 고요해졌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헬리시타에서 함께 출발한 일행들과 복수의 빙곡에서 만나게 된 바기족 캄비라 바투, 시에나, 쿠리오. 그리고 세그날레 타마라.

서로가 너무 달랐기에 어색한 분위기는 당연했다.

그것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리엘 아즈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몇 번 이야기를 꺼내 볼까 망설였고, 그 옆의 헤이치 페드론은 시에나에게 관심 없는 척하며 술을 거푸 마셨다.

그에 반해 에바는 차라리 솔직한 편이었다.

에바는 시에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골몰하게 집중했다.

‘가리온과 닮은 여자. 어째서, 가리온은 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까.’

룸바르트가 그런 에바를 보다가 침묵을 깼다.

“얽힌 사람들끼리 모였군.”

시에나는 룸바르트를 보았다가 얼른 눈을 돌렸다. 그러자 저절로 옆에 있던 에바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아름다운 여자….’

신비로운 하늘색 눈과 두툼하고 붉은 입술, 여인으로서의 향기가 느껴지는 자태.

‘가리온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구나. 두 사람은….’

시에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가리온에게 상처를 입혔어… 내가… 슈마트라 초이의 사죄의식을… 진행했으니까….’

어쩐지 가리온의 검이 들어왔던 어깨가 욱신대는 것 같았다.

이 상처마저 없었다면, 두 번 다시 가리온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에나는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뒤 돌아 보았다.

일행들이 모여있는 탁자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마라가 파그노를 치료하고 있었다.

칸은 파그노의 머리맡에서 수건을 갈아 얹었다.

시에나는 타마라를 응시했다.

‘나를 구한. 세그날레.’

타마라는 시선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들어 시에나에게 미소 지었다.

검은 빛을 띠는 시에나의 눈동자와 황금색의 타마라의 눈동자는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온유한 시에나와 차가움이 감도는 타마라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둘은 어쩐지 닮아 보였다.

‘나를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지만 사실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시에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가리온을 다시 만나게 된 것으로 충분해.’

시에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가리온을 향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캄비라 바투도 얼굴이 화끈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부, 내 탓이야.’

캄비라 바투의 옆에는 시에나와 쿠리오,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로 이 상황이 캄비라 바투를 부끄럽게 했다.

‘나 혼자서만… 살아남은 것인가!’

싸움이 끝나고서야 캄비라 바투는 알아차렸다.

남아 있는 자가 없었다. 자덴에서부터 캄비라 바투와 함께 왔던 바기족 전사는, 모두 전멸했다.

‘내가…. 내가 나의 동족들을, 나의 형제들을 죽인 거야.’

수치심은 캄비라 바투를 괴롭고 슬프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비통했고, 힘들었다.

그 때 가리온이 돌아왔다.

가리온의 표정은 한층 밝아진 듯 하기도 했고, 조금 열에 들뜬 듯 보이기도 했다.

“파그노는 어때?”

제일 먼저 파그노의 안부부터 물었다.

“칸과 타마라가….”

에바는 대답하다가 멈췄다.

가리온의 눈길이 시에나를 향하는 것처럼 보여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치료는 잘 되고 있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타마라는 낮의 일과 파그노의 치료 때문에 힘을 많이 썼는지, 상당히 지쳐 보였다.

“얘기는 잘 했는가? 저쪽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헤이치 페드론은 가리온을 잡고 물었다. 행여나 백기사단이 사례금을 요구하거나 발목을 붙잡을까 염려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별 일 없었습니다.”

가리온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룸바르트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가리온을 유심히 살폈다.

가리온은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무표정하게 파그노에게로 걸어갔다.

“언제쯤 일어날 수 있지?”

“마음이 급하시군요.”

타마라는 가리온을 향해 빙긋 웃었다.

가리온은 타마라의 그런 미소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 미소가 가리온이 숨기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꿰뚫어 볼 것 같았다.

그 때 룸바르트가 가리온의 등에 물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타마라는 다시 빙긋 웃었다. 가리온이 뭐라고 대답할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나?’

타마라의 미소가 얄궂었다.

그 미소를 뒤로 하고, 가리온이 룸바르트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크레스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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